“예전에는 정유화학 산업이 각광 받는 ‘부자’ 산업이었는데 요즘은 IT, 로봇 산업이 뜨고 환경 문제가 나오면서 마치 환경의 주범인 것처럼 됐어요. 우리 생활에서 화학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데도 무조건 줄이라고만 하고....”
올해 초 제 52대 한국화학공학회 회장을 맡은 김형순(사진) 해양에너지 대표이사는 최근 탄소중립 정책으로 정유화학 산업이 굉장히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당장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0)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 활동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각종 이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대학 연구기관과 함께 다양한 연구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12일 서울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 만난 김 대표는 “지금 우리가 입고 쓰고 모든 게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나오는데 갑자기 탄소를 줄이라고 하면 막막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은 본인 입으로 어렵다고 말하기 힘든 면이 있는데 학회가 나서 객관적인 시선에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서 방향을 옳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파리기후협약에 가입돼 있어 탄소중립을 해야 하지만 정책의 불확실성이 없어야 한다”면서 “원자력발전만 해도 야당은 가동해야 한다고 하고 여당은 폐쇄해야 한다고 하는 것처럼 기업이 정치에 따라 사라지는 상황에선 기업이 경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의 산업구조를 고려해 이에 맞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등 화학산업 비중이 적은 유럽 선진국들은 풍력, 태양광, 지열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사용이 수월하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당장 탄소중립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들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등 각종 규제를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 생산시 발생하는 모든 물질에 대한 각종 정보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면서 “결국 이런 작업을 해주는 용역회사만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한국의 법이나 제도는 선진국의 것이 모두 섞여 가장 심한 수준으로 만들어진다”면서 “규제들이 통합되고 간소화돼 규정을 지키면서도 안전하게 기업활동을 할수 있도록 제도적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전했다.
1962년 설립된 한국화학공학회는 전국 화학공학 관련학과, 정부기관, 국공립연구소, 산업협회, 기업체 등 약 7000여명의 개인 및 단체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전문학회다. 기업에서는 LG화학,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SK케미칼 등 100여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정세희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1806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