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상압의 조건에서 장소의 제약 없이 과산화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한상수, 김동훈 박사,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이승용 박사, 고려대 이관영 교수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산화수소 생산용 ‘백금-금 합금 촉매’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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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과정 까다로운 과산화수소…필라듐 가격 상승에 산업현장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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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산화수소는 물에 희석해 상처를 치료하는 소독제로 사용되기도 하고, 반도체의 불순물 제거, 폐수 처리제 등 친환경 산화제로 산업 전반에서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 공정에서 독성 물질이 사용되고 대규모 설비가 필요해 제한된 장소에서만 생산할 수 있고, 생산 후에도 특수운송 수단을 필요로 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팔라듐(Pd) 촉매를 이용해 수소(H2)와 산소(O2)를 반응시켜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팔라듐 촉매의 경우 최대 40%의 과산화수소와 60%의 물이 생성된다. 특히 팔라듐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산업현장에서의 비용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물 생성은 억제하고 과산화수소만을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면서도, 궁극적으로 팔라듐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합성 촉매 개발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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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30~40% 선택성 95%로 향상…생산 능력 저하 없는 구조적 안정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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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기존의 팔라듐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백금(Pt)-금(Au) 합금계 나노입자 형태다. 이는 팔라듐 촉매를 사용할 경우 30~40%에 불과했던 과산화수소 선택성을 95%까지 끌어 올려 물은 소량만 생산하고 대부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최적의 촉매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백금과 금의 전구체 양을 서로 달리하면서 다양한 조성에서 촉매 성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금의 함량이 증가할수록 점점 더 높은 과산화수소 생산성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합금계에 금이 증가하면 불가피하게 촉매 활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던 한계를 극복한 사례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를 활용하면 수소 가스와 산소 가스를 수용액에 주입하기만 하면 어디에서나 대형설비 없이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상온(10˚C), 상압(1기압) 조건에서도 최대 95%까지 과산화수소를 생성할 수 있다. 또 8시간 이상의 촉매 반응에도 백금-금 합금 형태가 잘 유지되면서 생산 능력에 저하도 없는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한상수 박사는 “고공행진 가격을 보이는 팔라듐이 아닌 새로운 금-백금 합금의 대체를 통해 과산화수소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약 100여 년 동안 정체돼있던 해당 분야의 소재 개발 시간·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다른 소재 개발 연구 산업에도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