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겁니다. 셰일가스 충격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시기가 옵니다.”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사진)은 1일 기자와 만나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면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쓰고 있는 국내 유화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격변의 시기에 우선 살아남는 것이 유화업계의 지상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화학공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손 사장은 최근 ‘셰일가스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하계 심포지엄을 열었다. 손 사장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장기적으로 현재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며 “연료비 지출이 많은 철강 조선 등 업계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화학업종은 경기 순환 사이클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사이클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품 원료와 에너지원이 석유에서 가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화학업계의 경쟁구도가 재편되는 데다 장기불황까지 맞물리면서 업계에 ‘서바이벌 게임’이 진행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손 사장은 셰일가스 붐이 새로운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자 해외 유화회사들이 나프타분해설비를 비용이 적게 드는 에탄분해설비로 바꾸고 있다”며 “벤젠 등 방향족 제품은 에탄분해설비로는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공급 부족으로 관련 제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벤젠을 가공해 생산하는 스타이렌모노머(SM)의 경우 최근 1년 새 가격이 약 30% 올랐다. 합성수지 원료인 SM은 삼성토탈의 주력 제품 중 하나다. 삼성토탈은 사업부문별로 전략을 달리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방침이다. 손 사장은 “합성수지 부문은 기능성 제품으로 승부하고 SM 등 원료 부문은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합성섬유 원료 등 사업 다각화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사장은 “학회장을 맡아 보니 화학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학계와 기업이 더욱 긴밀하게 연계해야 할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며 “촉매기술과 공정기술 등을 공동 연구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1962년 창립된 한국화공학회는 6000여명의 화공학 전공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가 매년 교대로 회장을 맡는 것이 특징이다. 손 사장은 1979년 서울대 화공학과를 졸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